책 리뷰

책 리뷰 : 죽는게 뭐라고 _ 사노 요코

PDWEDHOK 2018. 8. 23. 14:57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내가 죽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죽을까? 어떻게 죽게 될까? 20대 중반, 죽음과는 거리가 먼 나이이다. 하지만, 어쩌면, 죽음은 내 옆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것도 처음이고, 죽는 것도 처음인지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노 요코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아버지는 저녁 식사 때면 반드시 설교를 늘어놓았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 p19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라고 하신 것. 무슨 의미일까?
타서 재가 되더라도 빨-간 불꽃처럼 장렬하게 살라는 의미일까?

​옛날에는 노인의 자리와 역할이 있었다.
그때는 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정보가 생생한 도움이 되었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삑삑 전파를 타고 컴퓨터로 들어온다. 따라서 노인은 이제 쓸모가 없다.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p33


현 세대 속에서 노인과 젊은이들 간에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이 깊어져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꼰대'라는 말이 그러하다.
어른의 말은 그저 그런 잔소리일 뿐,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졌다.
하지만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지킬만한 것들을 지키고 새 것으로 잘 적용해 나갔으면 좋겠다.
노인도 젊은이도 생명체인데, 사람인데, 왜 젊은이들은 노인을 이해하지 못할까. 왜 노인은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쓰레기일 수도,

찢어지게 가난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가난으로부터 배웠다.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만, 가난뱅이는 가난을 자랑한다.
모두들 자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아버지의 저녁 설교 중 이런 말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정(情)’이었겠지. p63


가난했지만,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작가의 삶이 부럽다.
가난을 피하고 싶은 시대, 가난하고 싶지 않은 나, 가난은 부끄러움이자 흉측한 괴물과도 같다고 느끼는 세상.
이런 시대 속에서 진정으로 자족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 내 마음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부자는 아니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야지.

죽음에 관한 그녀의 통찰,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기는 했을까? 책 속에서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마냥 당당한 그녀의 모습.
내가 70이 된다면, 나 또한 죽음 앞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단, 병과의 장렬한 싸움만은 싫다, p72

나도 내일 죽을지 10년 뒤에 죽을지 모른다. 내가 죽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잡초가 자라고 작은 꽃이 피며 비가 오고 태양이 빛날 것이다. 갓난아기가 태어나고 양로원에서 아흔 넷의 미라 같은 노인이 죽는 매일매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다. 똥에 진흙을 섞은 듯 거무죽죽하고 독충 같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