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_ 박준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제목이 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인지를 알 것같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후회를 하고 불행한 일들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수수께끼 혹은 풀리지 않는 미로와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삶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솔직하고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독자의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그들 때문에 슬퍼했던 마음들을 되갚아주고 싶다. <아침밥, p28>
통곡, 사람, 곁, 울음소리, 구슬프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울음, 그사이, 들리는, 숨소리, 울음에 쫓기듯, 급히 들이마시는, 숨의 소리, 울음, 울음보다 더 슬픈, 소리. <울음과 숨, p39>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p57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p63
그동안 나는 참 많은 말들과 사람들과 시간들을 믿었다. 믿음이 깨지지 않은 말도 있었고 믿음이 더 두터워진 사람도 여럿이었으며 생각처럼 다가온 시간들도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내 믿음은 해지고 무너지고 깨어졌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았다.
그렇지만 이 마음의 폐허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믿음들을 쌓아올릴 것이다. 믿음은 밝고 분명한 것에서가 아니라 어둡고 흐릿한 것에서 탄생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밤이 가고 다시 아침이 온다. 마음 속에 새로운 믿음의 자리를 만들어내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다. p65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p148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물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p186
작가의 글은 조금 우울하다. 어두운 내용도 있고,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하지만 그가 어둠 속에서 희망이 탄생한다고 말했듯이,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희망을 쫓게 만들어 준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