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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은 신해혁명(1911)이라는 역사 공간 속에서 연출되는 아Q라는 한 시골 날품팔이 농사꾼의 삶의 행장을 적고 있다. 『아Q정전』의 전반부는 주인공 아ㅃ의 정신승리법에 관한 것이고, 후반부는 중국에 공화제를 도입하기 위해 쑨원이 주도했던 신해혁명에 관한 것이다.
“현실에서 아Q는 늘 구타당하고 멸시당한다. 하지만 아Q는 간단한 정신적 조작을 통해 이를 승리로 변화시킨다. 소설에서 아Q가 늘 얻어맞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즐겁고 낙천적인 것은 이처럼 현실의 패배와 굴욕을 그 나름의 조작법을 통해 정신적인 승리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Q는 늘 패배하지만 늘 승리자이다. 그에게는 패배에 대한 인식, 패배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다. 그는 패배와 모욕을 직시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해버리거나 정신조작을통해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전환시켜버린 뒤 즐거워한다. 패배를 패배로 인식하는 패배감이 있어야 비로소 패배에 대한 저항이 가능한데, 노예의식에 빠진 아Q에게는 그러한 패배감이 없다. 그렇기에 저항도, 반항도 없다. 결국 승리/패배, 억압/피억압의 구도는 전혀 미동도 없고, 아무런 변화 없이 보존되고 재생산된다. 그것이 바로 중국이 직면한 위기와 어둠의 핵심이라는 것이 루쉰의 판단이고, 이는 루쉰이 평생 투쟁하고 해체를 시도한 대상이기도 하다.
『아Q정전』에서 루쉰은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혁명당이 성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별다른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 봉건 관리인 ‘지사’ 역시 바뀌지 않았고, 단지 관직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그린다. 또한 아Q가 혁명에 가담하려던 동기에서 볼 수 있듯 자신이 상대방 대신 주인이 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다. 결국 신해혁명이란 중국 민중과 아무 관련도 없는, 중국 민중의 삶이나 혼을 전혀 건드리지 못한 채 단순히 이름 바꾸기, 주인 바꾸기 혁명이었을 뿐이라고 본다. 당시 중국 현실에 대한 루쉰의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혁명이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상과 가치관, 습관과 풍속, 인간관계 등 문명론적 차원에서도 이루어지는 보다 궁극적인 변혁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한 지향과 전망이 결여된 혁명이란 한낱 권력 빼앗기에 불과하고 어둠을 재생산하는 순환기제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이 루쉰이 당시 생각했던 참다운 혁명이다.”
사회는 점점 자신의 감정에 무감각해져 간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기계처럼 살아간다. 그저 일어나면 정해진 계획대로 살아가고, 밤이 되면 내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 감정도 생각도 없이 공부를 하고, 감정도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감정도 생각도 없이 밥을 먹고, 나의 감정을 무시한 채 오늘이라는 시간을 버텨야하기에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속인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기쁜 감정을 타인에게 나눌 수 없으며, 슬픔은 그저 마음속에 담아 둘 뿐이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우리의 사회는 어떻게 되어져 버리는 것일까? 사람들이 정의를 말하기 싫어하고, 사랑과 배려가 필요 없게 되어버리고, 그저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혼란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도자층이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우리의 사회는 조금 나아지는가? 지도자층은 상위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인데, 국민들은 그저 맹어처럼 앞에 벽이 있는데 눈이 보이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루쉰은 신해혁명을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역사는 역사가에 따라서 평가가 다르게 평가되기도 하는데, 루쉰이 신해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고는 신해혁명에 대해서 다시, 그리고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적, 경제적 차원을 넘어선 사상, 가치관, 습관, 풍속, 인간관계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혁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켰다면 지금 이 사회는 더 나은 사회였어야 할 텐데, 지금 이 사회는 갈수록 어두운 사회이다. 빛보다는 어두움이 편하고, 나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지 않기에 어두움으로 가는 사람들, 사회. 표현을 너무 잘 해주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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